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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국내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가능하면 직접 가서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모르고 가서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알고 가면 보지 못했던 또다른 모습도 알 수 있기 때문에 가기 전에 어느
정도 공부를 해가는 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미술 전시회 위주로 다니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미술과 사진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미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 작가의 예술혼을 불태우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 탄생하죠. 비슷한 그림을 그리더라도 이전 작품과는 같을 수가 없으며
서로 다른 작품이 됩니다. 따라서 작품에 대한 희소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사진의
경우는 작가의 예술적인 능력이 들어갔다기 보다는 순간적인 포착 능력이 중요하고,
원하면 원하는 만큼 똑같은 작품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준것이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한 장의 사진입니다. 아마
대부분 아실텐데 베트남에서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을때 베트콩이 남부 군인에게
붙잡혔고, 그 군인은 베트콩을 총살하기 위해 머리에 총을 겨눕니다. 그리고 베트콩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처음 그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자주 발생되는 경우였지만 사람들에게 전쟁이 얼마나 반인간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국에서는 미군을 파병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한 장의 사진으로 반전 여론이 불붙게 됩니다. 아무리 전쟁이 반인간적이라고 떠드는
것보다 단 한 장의 사진의 힘이 더 큰 것이죠.
그 사진을 보고 난 이후로 사진에 대한 편견이 뒤집혔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리고 작가가 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러한 사진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다가 퓰리처상도 듣게 되었고, 상을 받은 유명한 사진들도 찾아서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진들만을 모아놓은 사진전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보러 달려갔습니다.
'퓰리처상'이라는 이름이 주는 브랜드 파워 때문인지 주말에 갔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더군요. 줄을 서서 좀 기다렸다가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차분히 보지 못하고 이러저리 흘끗거리다가 나오게 된것 같아
좀 아쉬웠네요.
돌아다니다가 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사책에서도 많이 보던 사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춰지게 되네요. 바로 끊어진 대동강 철교를 따라 피난하는
사람들입니다. 불과 5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할 정도로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피난민 행렬에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 분들의 아버지, 어머니도 있었겠지요. 전쟁의 포화를 피해서 오직
살기 위해 처철하게 피난을 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어두운 사진이 있는 반면에 밝은 사진도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게 퍼레이드
안으로 들어오는 꼬마 아이에게 경찰관이 허리를 굽혀서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일반 어른들이었다면 그대로 서서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관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서 자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흑백 사진이기는
하지만 아이의 표정에서는 무서움이 전혀 없이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이 장면을 포착한 사진사는 정말 행운 또는 실력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보다 전시된 작품이 꽤 많았습니다. 시간만 충분하고 관람객이 좀 적었다면
차분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네요. 평일에는 어렵겠지만 주말에
일찍 한 번 더 와서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전시회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 도록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놓쳤네요. 혹시
후기 이벤트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구매하고 싶은데 인터넷
서점 등에서도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전시회를 다녀와서 주말이 뿌듯했는데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계속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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